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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9 (5)

나는 학기중에는 서울에 있지만 방학이면 어김없이 포항에 있는 집으로 내려온다. 부모님은 포항 시내에서 '라일락레스토랑' 이라는 간판을 걸고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다. 양식의 특성상 점심부터 저녁에 걸쳐서 영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부모님은 보통 오전 10시쯤 출근하셔서 다음날 1시쯤에 퇴근하신다.

학교앞 자취방에 월세를 꼬박꼬박 지불하면서도 굳이 거길 비워두고 포항에 와있는 이유는 바로 이 식당일을 거들기 위해서이다. 부모님이 주방에서 일하시기 때문에 홀서빙으로 아르바이트가 3~4명쯤 필요한데, 방학 초반에는 아르바이트가 다 귀여운 여자애들이었기 때문에 늘 굶주린 나로서는 파라다이스나 다를 바 없었고, 그래서 출근도 꼬박꼬박 하면서 효도한다고 생색도 좀 내고 그랬었다.

그 때의 부모님은 '아 수용이 오니까 좋네' 하고 말씀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것이 신의 질투를 샀음인지 남자직원들로 물갈이가 싹 되면서 나의 발길도 싹 끊어졌다. 대신 적절하게 조화된 스타크래프트, 온라인게임, 야구동영상의 무한반복으로 나타내어지는 '파멸의 쓰리스텝', 그 포근함에 다시금 영혼을 맡기고 안식을 취하려 했다.

...그리고 방학의 반이 지나갔다...

부모님 보시기에 나는 좋지 않았더라. 고된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큰아들은 고개만 살짝 돌려 '오셧쎼여' 하고는 계속 게임을 한다. 땟거리도 없는 집에서 뭐먹고 하루종일 저러고 있나 궁금해 할 새도 없이 라면부스러기가 발에 밟힌다. 가족끼리 대화라도 좀 해볼 요량으로 괜히 등 뒤를 왔다갔다 앉았다 해보지만 부질없다. 멀찌감치서 한숨을 쉬었는데 저놈은 갑자기 목이 움츠러들고 손놀림이 빨라진다.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는 몇 가지 쉬운 방법중에 하나는 더 이상 실망할 것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 North Pohang city에 산다는 mr.Tarzan 씨

"수 년 전부터 익히 봐 온 장면이라 실망하기엔 너무 새삼스럽더군요." - 그의 엄마


부모님은 그렇게 주무시고, 오늘은 조금만 하고 일찍 자야지, 내심 그렇게 다짐하는데 마침 같이 게임하던 엘란트라와 바라미아도 '막판'을 선언한다. 아니 이거 잘됐잖아? 이자식들 벌써 가면 난 누구랑 게임하노 하면서 면박 한번 날려주고는 나도 자면 되겠군.

게임이 끝났으니 그러면 이제 간단하게 웹서핑만 하고 자면 되는거다. 간단하게...

하지만 천하의 정수용도 결국은 사람이고 사람의 자제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사실이다. 내 자제력은 한개도 없는데 한계는 있다), 웹서핑은 결코 간단할 수 없고 나는 아무래도 자다 깬 엄마의 한심하다는 눈빛을 멋쩍은 썩소로 받아친 후에야 잠들 수 있는 운명을 타고났나보다.

나의 생활패턴은 현재 딱 1교시 시작할때쯤 잠들어서 하루 수업이 끝나는 저녁무렵에 기상하는 뉴요커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기에 내가 방학이 끝나고 학생이기 위해서는 포항과 서울사이에 약 10시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고 적응해야만 한다.

마무리는 좀 다른 얘기로 넘어가서, 우리학교의 등록금이 단연 으뜸이라 여기저기서 많이들 까대지만 나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나같은 사람이 국립대에 다녔으면 아마도 졸업이 힘들지 않았을까 라는 건데, 등록금이 억소리 날만큼 비싼 덕에 장학금이라도 받아볼까 하고, 혹은 솔까말 수업료 아까워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게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비록 무리한 학자금 융자로 큰 빚을 지게 되었지만 함부로 등록금 비싼걸 깔 수가 없다 ㅠㅠ

그래서 오늘 포스팅의 결론은 여자친구가 필요하다는것.(응?)